스탕달, 고귀한 여인들을 유혹하다…쾌락을 동력 삼아 쓴 '적과 흑'
시대의 욕망을 담다
시대의 무게가 그를 짓눌렀음에도, 그는 어떻게든 상류사회로 비집고 들어가고 싶었다. 비싼 옷과 화려한 집에서 파티를 주재하는 번듯한 남자. 부(富)와 지식과 교양으로 무장한 세련된 사내. 세상은 바람과는 달리, 그를 얕잡고 업신여겼다. “더러운 평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감히 쳐다도 못볼 곳을 우러러본다는 이유에서였다. 피가 끓어서 복수심의 농도가 짙어졌다. 견고한 신분제를 오염시키고 싶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하나. 귀족 부인과 정을 통하는 것이었다. 단단한 신분제에 균열을 내는 완벽한 방법이었다. 소설 ‘적과 흑’은 귀족 유부녀를 유혹해 신분 상승을 노리는 평민 줄리앙 이야기다.

숨 막히는 어린 시절
스탕달은 그의 필명이었다. 그가 세상에 나며 받은 이름은 앙리 마리 벨이었다. 질서와 엄숙을 지고의 가치로 삼은 부르주아 변호사 케루빈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 케루빈 벨은 독실한 가톨릭주의자여서, 자신의 세간살이 하나하나 ‘하느님의 이름’으로 통제하기 좋아했다. 앙리 벨은 어린 시절부터 숨이 막혔다. 다행히도 어머니는 너른 품을 가진 여성이었기에 앙리는 그곳에서나마 들숨과 날숨의 자유를 느꼈다. “어머니는 나를 열정적으로 사랑했고, 어머니의 키스를 방해하는 아버지를 나는 혐오했다.” 스탕달의 아버지 케루빈 벨. 어머니가 죽었을 때 앙리의 나이는 고작 7살이었다. 양육은 가톨릭 수도사가 전담했다. 고루한 가르침이 이어졌고, 순응하지 않으면 매질이 따랐다. 앙리는 아버지와 신을 향한 혐오감을 키웠다.

혁명의 열기에 취하다
1799년 16살의 스탕달은 파리로 향했다. 학교 진학을 위해서였다. 파리에 도착한 다음 날, 도심은 혁명의 열기에 휩싸였다. 나폴레옹이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았다. 스탕달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엄숙한 권위주의, 견고한 신분제를 무너뜨리고 새 시대를 열어줄 영웅의 등장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나폴레옹의 시대에는 천한 신분도 떵떵거리며 살 성싶었다. 스탕달이 나폴레옹의 군대를 따라 이탈리아 전쟁에 참여한 이유였다. 이탈리아는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빛과 쾌락을 사랑하는 이탈리아적 감성은 스탕달이 그토록 염원해 온 모양 그대로였다.

쾌락을 향한 탐닉
스탕달은 혼인하지 않았는데, 결혼의 책임과 의무로 쾌락이 중단되길 원치 않아서였다. 그는 이곳에서 강박적으로 여자를 탐했다. 귀부인 유부녀는 특히 그가 가장 선호하는 여성군(群)이었다. 앞에서는 잰 체하면서, 뒤에서는 온갖 음란한 짓을 벌이는 그들을 조소하고 싶어서였다. 고귀한 신분의 여성들이 천한 신분의 스탕달 앞에서 교성을 지르는 것에 쾌감을 얻어서였다. 1818년 스탕달은 폴란드 장교의 아내 메틸드 부인을 열렬히 사랑했다. 다른 여성과 달리 그녀는 쉽게 그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았다. 몸가짐이 바르고, 성품이 얌전한 여성이었다. 스탕달은 3년간 속앓이를 했지만, 결국 그녀와 섞이지 못했다.

실연, 그리고 철학
실연을 앓는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고통의 근원을 알고자 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그가 실연으로 앓던 해 ‘사랑에 관하여(De l’amour)’라는 이름의 에세이를 썼다. 사랑은 그에게 있어 이탈리아 도시 볼로냐에서 로마로 가는 길과 같았다. 산 높고 골이 깊어 멀고 지난하지만, 아름다운 찬란한 자연으로 기진한 인간을 달래는 것처럼, 사랑도 단계를 밟아가면서 무르익는다는 것이었다.

적과 흑, 탄생의 순간
스탕달이 ‘적과 흑’의 초고를 ‘만난 건’ 1827년이었다. 그가 자주 읽는 신문 ‘가제트 데 트리뷴오’에 한 살인 사건이 보도됐다. 하급 계층의 청년이 불륜관계인 귀족 유부녀를 살해하려 한 치정극이었다. 유부녀가 사실을 공개해 자신의 성공을 방해한다는 이유였다. 귀족 여성과의 치정을 삶의 동력으로 삼은 ‘하급 계층’ 스탕달은 기시감에 전율했다. 그는 그 길로 ‘적과 흑’을 써내려 갔다. 한 남자의 치정과, 프랑스 사회가 품은 모순까지 담은 작품이었다.

스탕달, 격동의 시대를 꿰뚫다
스탕달은 귀족 사회에 대한 동경과 혐오를 동시에 느끼며, 쾌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적과 흑'이라는 걸작을 탄생시켰습니다. 그의 작품은 당대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포착하며, 사실주의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스탕달은 왜 귀족 여성을 유혹하려 했나요?
A.스탕달은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과 더불어, 귀족 사회의 위선을 조롱하고 쾌락을 통해 허영심을 충족하려 했습니다.
Q.'적과 흑'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A.소설 '적과 흑'은 평민 출신 줄리앙이 귀족 여성을 유혹하며 신분 상승을 꿈꾸지만,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당시 프랑스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욕망을 사실적으로 그려냈습니다.
Q.스탕달이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스탕달은 당시 사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인간의 내면 심리를 깊이 있게 탐구하여, 사실주의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