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폐건전지 수거에 내몰린 현실
수원시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공무원 A씨(30대)는 일과 중 틈틈이 대단지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폐건전지함을 뒤진다. 재활용 가능 자원 분리수거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다. A씨는 “인접 지자체는 폐기물 수거 업체에 위탁해 별로 신경 쓰지도 않는 사무인데, 건전지랑 우유팩을 모아오는 게 시민들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며 “이러려고 공무원이 됐나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고충을 넘어, 공무원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목표 달성을 위해 불필요한 업무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더불어, 시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의문은 정책의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수원시의 과도한 재활용 목표와 공무원들의 고충
수원시 환경국에 따르면, 2025년 시의 ‘주민 1인당 재활용 가능 자원 분리수거’ 목표량은 폐전지 205t, 종이팩 100t, 투명페트병 950t이다.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만큼 목표치도 가장 크다. 이처럼 높은 목표치는 일선 공무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목표 달성을 위해 인접 지자체까지 넘어가 폐자원을 수거하는 상황은 공무원들의 업무 과중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업무의 연장이 아닌,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행정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수원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는 지자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거량 할당, 공무원노동조합의 반발과 익명 게시판의 폭로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은 지난 11일 품목별 수거량을 20%씩 상향 조정한다는 시 공문이 내려지면서 극에 달했다. 지난 12일부터 수원시 공무원노동조합이 운영하는 익명 게시판엔 “부시장 관심 높은 사항이라던데, 단순히 목표치를 높이는 게 무슨 소용이냐”라거나 “나 (동사무소 근무할) 때도 옆 동까지 넘어가 수거하고, 안 되면 화성시나 용인시까지 넘어가서 가져오던 게 아직도 해결 안 됐느냐” “화성시 한 아파트에선 수원시 관용차 출입을 금지한다더라” 등 게시글이 십여 개 올라왔다.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은 공무원들이 겪는 어려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타 지자체로 넘어가 폐자원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겪는 굴욕적인 경험들은 공무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업무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개인의 불만을 넘어, 조직 문화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다.
타 지자체의 사례와 수원시의 해명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는 수거 할당량을 부여하지 않는다. 2018년 읍면동에 재활용품 수거 할당량을 부여했다가 뭇매를 맞았던 파주시의 경우 폐자원 분리배출 홍보와 인센티브 제도를 알리는 데 주안점을 두되 할당량은 폐지했다. 화성시와 용인시는 애초 할당량을 둔 적이 없다고 했다. 용인시청에 근무하는 25년차 공무원 C씨(40대)는 “20년 전 초년병 시절 이장님한테 빌다시피 해서 시청에서 시킨 일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직도 할당제가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인구수가 많아 목표치가 높게 설정됐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려면 일선 공무원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다. 수원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주민 1인당 재활용 가능 자원 분리수거량을 채우는 게 가장 바람직하나 인구수를 기반으로 목표치가 너무 높게 설정돼 정부합동평가에서 점수를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시민들이 폐자원 분리배출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타 지자체의 사례는 수원시의 정책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보여준다. 특히, 파주시의 사례는 홍보와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수원시의 해명은 목표 달성을 위한 불가피성을 강조하지만, 공무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환경부의 재활용 목표 상향과 정부합동평가
환경부가 정한 주민 1인당 재활용 가능 자원 분리수거량은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상향됐다. 지난 2022년 0.186㎏에서 2023년 0.220㎏, 지난해 0.231㎏으로 소폭 상승하다가 올해 0.330㎏으로 지난해 대비 1.42배 늘었다. 정부는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인구수 기반 ‘재활용 가능 자원 분리수거량’을 평가하는데, 환경부 기준을 따른다. 수원시의 경우 지난해 정부합동평가에서 경기도 내 1그룹(인구수 기준) 10개 지자체 중 유일하게 A등급(20점 만점에 17점)을 받았다. 용인, 고양, 화성 등 다른 지자체는 S등급(20점 만점에 20점)을 받았다. 환경부의 재활용 목표 상향은 지자체들에게 더욱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정부합동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것은 지자체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원시가 A등급을 받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S등급을 받은 다른 지자체와의 격차는 정책 개선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핵심 정리: 폐건전지 수거, 공무원들의 '자괴감'을 넘어선 문제
수원시 공무원들이 폐건전지 수거 할당량 채우기에 내몰리면서 '이러려고 공무원 됐나'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과도한 목표 설정,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하고,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왜 공무원들이 폐건전지를 수거해야 하나요?
A.수원시의 재활용 목표 달성을 위해 일선 공무원들에게 할당량이 부여되었기 때문입니다.
Q.다른 지자체는 어떤가요?
A.대부분의 지자체는 수거 할당량을 부여하지 않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Q.이 문제의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요?
A.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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